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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동에는 '낙x식당'이라고, 쭈꾸미 볶음을 아주 맛있게 하는 집이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옛날식 식당으로, 후락하기 이를 데 없는... 가게 생긴 것만으로 보면 몰락한 어촌의 마지막 남은 식당같은 분위기인데, 그 곳의 음식맛은 아주 훌륭했죠. 쭈꾸미 볶음을 주문하면 일단 미역국을 푸짐하게 주시는데, 노릇노릇한 이 미역국 맛이 괜찮습니다. 먹는 그 날이 내 생일인 것 같은 느낌이랄까. 물 넣고 미역 넣고 대강 끓인 맛이 아닙니다. 고기가 당연히 들어가겠지만, 미역 육수라고 표현할 만큼 진한 특유의 맛이 나지요. 수더분하게 생긴 냄비에 신선한 쭈꾸미를 달달 볶아서 쫄깃쫄깃 입안 얼얼 매콤하게 잘 먹고 나면 (쐬주가 한 잔이면 더더욱 좋겠습니다), 양념에 참기름과 김과 밥을 넣고 양손으로 삭삭 비벼 주시는데, 이게 또 아주 일품입니다. 쭈꾸미보다도 여기에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있지요. 입에 짝짝 붙게 매우면서도 고소하고, 적당히 눌어붙은 밥을 한 숟가락 긁어 먹자면 이만 저만 흐뭇한 게 아닙니다. 결코 그다지 싼 값은 아닌데도, 사람들은 아주 줄을 서서 먹었습니다. 가격만 적당히 싸다면 그야말로 옛날식으로 기가막히게 먹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지요. 매운 맛에 살짝 취기가 더해져 상기된 얼굴로 드르륵 알루미늄 미닫이 문을 닫고 나오는데 때마침 적당히 이슬비라도 뿌려 주면, 풍류도 이런 풍류가 없습니다. 오늘 아주 제대로 보낸 느낌인 거지요.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자주 가서 먹고, '고맙습니다아!' 하고 나오곤 했죠.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이 집이 아주 오랫동안 양재역 쬐꼬만 뒷골목에서 돈을 광주리로 퍼서 벌다가, 결국 자리를 옮겼네요. 멀끔하고 환한 인테리어, 널찍한 실내... 아까의 '낙x식당'이 몰락한 어촌의 마지막 식당이라면, 새로 자리를 옮긴 지금의 '낙x식당'은 재개발되는 해수욕장에 급히 들어선 파라솔 대여 겸업의 횟집 정도의 분위기랄까요. 위치부터 낯선 이 식당, 앉아 있는 자리부터 영 어색한데... 거 참 이상하게도 쭈꾸미 맛이 좀 떨어지는 것 같네요. 어딘지 모르게 밋밋하고 깊이가 없는 게, 비법 소스를 한두 방울 뿌리는 걸 잊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납니다. 살짝 익혀 먹기도 하고 바싹 졸여서 먹기도 하지만 여전히 얼마 전의 그 맛이 아닙니다. 밥을 볶아 봐도 '바로 그 맛에서 한 발자국 멀어진 것 같은' 느낌은 여전합니다. 이쯤 되면 저는 집에 돌아가는 길이 기억나지 않게 된 꼬마 같은 기분이 됩니다. "어유... 이거 뭐야. 자리 옮기더니 주방이 감각을 잃은 거야...?" 주방에는 예전의 그 분들 그대로입니다. 서빙을 보시는 분들도 거의 바뀐 바 없고, 단지 못 뵈던 아주머니가 두 분쯤 더 계신 것 같은 느낌일 뿐입니다. "맛이 예전 그 맛하고 조금 다른 것 같은데, 뭐 좀 바꾸신 거 있으세요?" "글쎄요, 저희는... 하루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똑같이 한다고 하는데... 호호... 좀 다르게 느껴지세요?" 말을 흐리는 주인 아주머니 표정 뒤에 '이런 이야기를 너에게서만 들은 게 아니야' 하는, 석연치 않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희한할 노릇이지만, 어쨌든 맛이 바뀐 것은 분명합니다. 더욱 희한한 것은, 여기만 이런 게 아니라 자리를 바꾸거나 내장을 바꾼 음식점의 음식 맛은 하나같이 조금씩이나마 좀 덜하게 느껴진다는 겁니다. 특히나 그 모습이 서민적인 음식들일 경우에는 더욱 더. 어쩌면, 이는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는 그냥 그 음식의 재료와 양념만을 먹는 게 아니라는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음식과 더불어, 그 식당과 주방의 분위기, 사장의 마음씨, 그리고 그 식당에 들어서는 나의 마음까지를 같이 비벼서 먹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맛집 사장님들께 여쭙니다. 더 넓은 자리로 옮기시거나, 줄 서다 가는 사람들도 붙잡고 싶으시거나 하다면, 지금 그 식당의 진짜 맛이 어디서 나는지, 손님들이 무수히 다시 찾아 오실 때 무엇을 그리워하는지를 분명하게 기억해 두시기를 말입니다. 아무튼, 저는 이제 당분간은 쭈꾸미 볶음이 기막힌 식당이라고 다른 분들을 끌고 갈 자리가 없어졌습니다. Cozy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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