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재수 없는 사람이 또 있을까."
어제 오후 누님 댁에 가는데, 조금 늦어져서 어떻게든 빨리 가려고 애를 썼지요. 양재역->압구정동의 코스니까, 길의 대부분이 직각으로 이뤄져서 방위만 정하고 이리저리 좌회전 우회전 하면서 체증을 피하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할 정도로 재수가 없었어요. 우회전 하면 신호등에 막히고, 좌회전 하면 지하철 공사 구역이 확장되어 있고, 우회전 하면 사고가 나 있어서 사람들이 구경하느라 천천히 가고, 좌회전 하면 뉘집 결혼식인지 승용차들이 길을 다 막다시피 하고 있고...

결국에는 그냥 얌전히 한두 번의 회전으로 가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려 버렸어요.


그러다 보니, 지난 한 달쯤의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꼭꼭 뭉쳐져서 팔다리를 마구 때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지난 한 달은... 제게 있어서는 아주 아주 아주 혼란스럽고 어두웠던 때였습니다. 지금은 악다구니를 쓰면서 빠져나오려고 하고 있지만... 그리고 빠져나온다는 것 자체를 죄스럽게 생각하는 데서도 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만...)


"난 왜 이렇게 바보같지? 난 왜 이렇게 운이 없지? 난 왜 이렇게 불안하고 어리석은 선택들을 하는 거지? 난 왜 제대로 책임질 수도 없는, 확신도 없는 상황에서 제멋대로 결정을 내리고는 실패해 버리는 거지?"

운전대를 손으로 내려치면서 스스로에게 막 화를 냈습니다.


그리고... 평소와는 다르게, 타인에게 '상담 요청'을 했습니다. 어쭙잖게 상담역을 하거나 '광대'로서 존재하는 건 자연스럽지만, 타인에게 상담 요청을 하는 건 오랜만이었습니다. 제가 정한 상담역은, 누나.

누나의 입에서는 짧지만 아주 편안한 말이 흘러나왔습니다.


"너처럼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 안 해 봤냐?"

- 아, 그랬나.

"대부분이야."


순간, 재수할 때 좋은 기회로 가서 보았던 연극의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마음이 만드는 굴레들.
CozyrooM.
by CozyrooM | 2006/01/22 12:03 | 2 짧은 생각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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