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회상, 지옥의 분석, 지옥의 이해 - 인간, 위대한 캐츠비
/* 사실, <위대한 캐츠비>를 읽은 감상은 저 혼자만 한번 마음에 실었다가 띄워 보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분의 (저를 과대평가한) '해석 한 번 해 보렴' 하는 부탁에 의해 이렇게 짧게 적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감상이라기보다는 어줍잖은 해석에 다름 아닙니다. */

http://cartoon.media.daum.net/list/group1/catsbe/cartoonlist.do?type=group1&mn=20603


<위대한 캐츠비>의 완벽한 이해를 위해서는 <위대한 개츠비>를 먼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토록 감명을 받았다던 스코트 피츠제럴드의 그 소설. 하지만 저는 (대략의 줄거리만 주워들었을 뿐) 끝끝내 읽지 못했고, 결국 <위대한 캐츠비>를 먼저 만나게 됐습니다.

이 만화는 '지옥'에 대한 것입니다. 지옥은 '절대 벗어날 수 없음'을 기본적인 성질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옥은 어디나 있을 수 있습니다. 캐츠비의 운명에도, 하운두의 집착에도, 부르독의 트라우마에도, 페르수의 사랑에도, 선의 헌신에도. 그리고 이 만화를 보고 결코 떠올리기 싫은 기억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졸이는 CozyrooM의 안에도. 다행한 것은 이러한 작은 지옥들이 누군가의 특정한 소유가 아니라, 다들 하나씩은 갖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아주 비극적으로 다행합니다.

페르수는 스스로 허무(그리고 '오리'로 표현되는 범상함, 속물적 평범함)를 증오한 존재이기에 캐츠비에게 사랑을 느낍니다. 캐츠비는 일상에 짓이겨지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굴복하거나 타협하지 않아요. 패배한다는 것이, 소극적이라는 것이 절대 굴복이나 타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페르수는 읽어냅니다.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역시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들을 합니다. 지옥 1.

하운두는 집착의 희생자입니다. 욕심의 희생자입니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집착이 결국 일상 전체를 지배하는 병이 되어, 오로지 자신이 매료된 그것 하나를 위해 몸을 던져 버리는, 그것을 일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이타적이거나 이기적인 모든 행동 속에서 스스로의 집착과 욕심 때문에 괴로워하는, 자신을 잡초로 만들어 버리는, 하운두는 아주 슬프고 어두우면서도 또한 그것을 옷깃 안으로만 구겨 넣어 버리는 존재입니다. 지옥 2.

부르독은 스스로가 자초한 감옥에 갖혀 나오지 못했던, 그리고 그 감옥으로부터 나오기 직전에 좌절한, 그러나 순수함을 온전한 형태로 놓아 두기 위해 안절부절하는 연약한 영혼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 만화 전체에 걸쳐 가장 캐츠비와 비슷한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스스로의 슬픔을 다루는 방식은 조금 다를지언정, 마음 안에 있는 '잃고 싶지 않은 것'을 끝끝내 보호하기 위해 그는 애를 씁니다. 좌절하지만 말입니다. 캐츠비가 오래 전에 썼던 '스스로에게로의 편지, 미래의 나를 위한 편지'가 부르독에게 전달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겨울이 생각보다 길고 깊어도 가라앉지 말아." 이는 미래의 캐츠비의 모습이었을 뻔한 부르독(그러나 캐츠비는 이를 약간 비껴 나가고 있습니다)에게 전송되는 따뜻한 격려의 속삭임입니다. 부르독의 안에 잊혀졌던. 지옥 3.

선은 이 만화에서 가장 '지옥'으로부터 멀리 있는 사람입니다. 그녀는 선(善)하며, 또한 Sunny합니다. 또한 선(仙)녀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녀에게도 캐츠비/페르수의 지옥이 불길을 가하지만, 그녀는 이로부터 멀어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의 기억 안에 남을 조그만 지옥의 소용돌이('여자 없는 남자로 부탁해요...')가 잊혀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만화에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들 중에 시종일관 태연해 보이는 사람이 있더라도, 무표정해 보이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들은 각자 스스로의 지옥 안에 있습니다. 그 지옥을 괴로워하는가 그냥 받아들이는가 아니면 즐기는가는 각각의 마음에 따라 다릅니다. 하지만 작가은 각각의 지옥들을 인상적으로 그려냅니다.)


캐츠비는... 결국 페르수와 하운두(좀더 사실적으로 표현하자면 '또 다른 하운두')를 모두 끌어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기쁘거나 행복한 결정이 아닙니다. 뒤엉켜 버린 인연, 후회해 봐야 소용없는 사실들, 눈을 감아도 머리 안으로 침범해 들어오는 무서운 기억들, 배신과 오해, 그런 모든 것들을 아무런 방비책도 없이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장큰 지옥은 어쩌면 캐츠비의 것입니다. 지옥 4.

많은 분들이 '위대하다'라는 말에 대해 의문을 갖습니다. 이게 뭐가 위대한 건가? 끔찍하게 딱한 인생, 배신에 휘둘리고 현실에 차이는 인생, 대체 뭐가 위대한 건가? 그러나 바로 위에 적었듯이, 그가 더 이상 울지 않는 것은 바보라서가 아닙니다. 인간애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살이 나 버린 환상과 기대, 더 이상 밑으로 내려갈 수 없는 바닥의 인생, 완벽할 정도로 소실된 믿음... 그런 끔찍한 상황에서 그는 오로지 그만이 갖고 있는 애정으로 그 모든 비극들을 끌어안습니다. 그게 바로 위대한 겁니다. 소중한 것이 지켜지고 있는 것.

그리고, 어쩌면 캐츠비는 지독하게 괴로운 그 모든 것들을 참거나 걷어차거나 되려 그것들에 의해 얻어맞으면서도 완벽한 절망으로 향하지 않는 모습을 지키고 있기에 더욱 위대할 것입니다. 단순히 포용하고 수용하는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조언하면서 버티고 저항하기에 더욱 위대합니다.


이게 우리의 모습일 겁니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 가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크고 작은 지옥들, 되살리고 싶지 않은 기억, 죽여 버리고 싶은 과거, 후회, 후회를 충분히 할 틈도 없는 일상. 그래서 <위대한 캐츠비>에 공감하고 같이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CozyrooM의 어설픈(다분히 주관적일 수도 있는) 해석은 여기까지.
감상은? 별로 적어 두고 싶지 않아요. 잠시 마음에 들였다가 바람에 날려 버리렵니다.



CozyrooM.
by CozyrooM | 2006/01/27 00:51 | 2 짧은 생각들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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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esao at 2006/02/02 02:15
참 멋진 감상문 이었습니다*^^*
읽는동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희곡 [인간]을 떠올렸습니다.
깜찍하고 끔찍한 결말이었지만...
위대한 게츠비를 읽은 사람도,
위대한 케츠비를 읽은 사람도,
[인간]을 소재(?)로 희곡을 쓴 작가도,
코지룸님의 감상문도,
삶에 대한 감상은 그리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저역시.

(여기 자주 와도 글들이 너무 어렵습니다 ㅠㅠ...)
(그것은 리플남기는 행위에 커다란 걸림돌이 됩니다 ㅠㅠ...)
(재일 마지막 한컷이 저같은 극빈층에게는 뼈에 사무치도록 와 닿습니다.)
(손바닥으로 가려지는 하늘,)
(요르릉임돠 -,-)
Commented by CozyrooM at 2006/02/04 12:07
제가 퍼 오는 글은 좀 오래 두고 읽으려는 거라서 제가 봐도 어려워요 -_-;
제 글은... 쉽죠 머 :)
Commented by CHINAGUGU at 2006/05/29 11:07
에세랄에서 건너왔어요... 어제저녁부터 COZYROOM님 글 잘 읽고 갑니다.
방명록이 없네요,,^^;;
좋은 글 몰래 읽고 가는 것 같아.. 여기에라도 남깁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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