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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참 미뤄 놨던 책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워낙 책을 사는 속도가 읽는 속도에 비해 빠른지라(-_-) 자꾸 책이 쌓이다 보니 '에라 모르겠다' 하고 미뤄 버렸네요. 소개 글을 쓰겠다고 말한 지는 오래 되었는데.
<십자군 이야기>는 저자의 풍부한 역사, 시사 지식과 함께 또렷한 시각을 독특한 그림체로 그려낸 역사 만화입니다. 세계의 역사를 바꿔 놓은 수백 년의 십자군 전쟁을, 십자군 자신들의(서유럽의, 백인의, 기독교도의) 주관적 시각이 아니라 그 외부에서 냉철하게 관찰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많은 사료(史料)들과 참고문헌을 바탕으로 그 실체적인 모습을 묘사하고, 역사 공부의 근본적인 목적에 맞도록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세계의 시사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1. 책의 겉모습 참 예쁩니다. 저는 책의 디자인에 늘 큰 무게를 두고 있는데, 이는 책이 지식과 감동의 전달 도구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표지부터 내부의 편집에 이르기까지 그 시각적 디자인이 목적에 부합하도록 잘 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 책들은 얼핏 '만화책'이라는 어감에서 잘못 유추할 수 있는 '몇 번 재미로 읽고 놓는 책'이라는 인상을 충분히 새롭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표지가 고급스럽게 잘 되어 있습니다. ![]() ![]() 2. 책의 속모습 이 책은 '로마네스크(Romanesque)' 회화에서 그 그림체를 따오고 있습니다. 로마네스크 양식에 대한 설명은 아래 제가 제시한 링크(그리고 다른 많은 자료들)에서 좀더 읽으실 수 있겠지만, 재미있는 것은 이 회화의 양식은 바로 십자군 원정이 있던 그 당시에 유럽에서 널리 퍼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즉, 독자들은 당시의 그림체로 당시의 이야기를 읽게 되는 것이죠. 김태권씨의 이러한 시도는, 그가 이 책에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단적인 예가 될 것 같습니다. 먼저, 로마네스크 그림 양식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면, 로마네스크 회화의 간단한 설명 (네이버 지식in): http://100.naver.com/100.php?id=725367 로마네스크 회화의 다양한 예를 볼 수 있는 사이트(고해상도 이미지): http://commons.wikimedia.org/wiki/Category:Romanesque_paintings 귀찮으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몇 개의 로마네스크 양식 그림을 보여 드리자면, 이렇습니다. ![]() 이를, 김태권씨는 이렇게 재해석했지요. ![]() ![]() ![]() 3. 책의 내용 이 책은, 세계사의 큰 부분을 차지하여 그 흐름을 뒤바꾸어 놓은 십자군 원정이라는 길고도 복잡한 사건을, 그 관련된 여러 나라들의 다양한 시각을 통해 낱낱히 파헤치고, 이로써 현재의 우리들이 가져야 할 역사 의식에 좋은 화살표 하나를 만들고 있습니다. 단순히 만화만을 늘어 놓은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역사서에 재미있는 만화의 양식을 도입했다고 할 수 있죠. 아래와 같이, 시대별로 지도를 삽입해서 지리적 이해를 배경으로 할 수 있도록 해 주기도 하고, ![]() 종종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개념들을 정확하게 잡아 주기도 합니다. ![]() 또 어떤 개념이나 관계의 유래에 대해서도 재미있고 자세하게 (그리고 단순히 만화적인 그림체를 뛰어넘는 묘사로) 설명하기도 하죠. 이 부분은 꽤 재치와 해학, 개그적인 감각을 넣고 있어서 아주 읽기 즐겁습니다. <중세의 기사>에 대한 설명 부분을 볼까요? ![]() ![]() ![]() 곳곳에 당시의 미술소품들을 옮겨서 현장감과 사실감을 더하기도 합니다. 초반부에 집중적으로 나와서 인식을 새롭게 해 주는 '오해' 시리즈를 좀더 볼까요? ![]() ![]() 느닷없이 근현대사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는데, 그 연결이 역사적으로 어떠한 맥락이 있는지를 아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또, 만화로서 설명하는 것이 장황할 경우에는 참고문헌을 적절하게 인용해서 집중을 돕기도 합니다. 그 내용들을 읽고 저는 상당히 충격을 받기도 했어요.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들, 내가 모르고 있었던 것들, 그러면서도 대강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던 것들이 너무 많구나...' ![]() 그리고... 교묘하게 바로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사에 대한 비판을 시도합니다. ![]() ![]()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과 당시의 십자군을 비교하기도 합니다. 역사는 돌고 돕니다! (사실, 부시를 아주 직접적으로 깔아뭉개 버리는 내용들도 꽤 있습니다.) ![]() 한참 읽고 나면 이렇게 정리를 해 주기도 합니다. ![]() 이 책의 아주 훌륭한 점들 중 하나는, 책의 말미에 대화체로 (본문에서의 역사 서술을 방해할 만큼 길어질 것 같은) '우리가 꼭 알고 있어야 할 것들'에 대한 참고 자료들을 아주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겁니다. 설명을 다 읽고는 아래 소개된 책을 사지 않을 수 없었어요 ^_^ ![]() ![]() ![]() ![]() ![]() 이 책이 웬만한 만화책이 절대 아니라는 점은, 책 후반에 실려 있는 연표와 다양한 참고자료들에서 드러납니다. 이 책은 인용의 나열도, 지식의 과시도, 천박한 광대짓도 아닌, 진정 깊은 정성과 열정으로 역사를 연구하고 그 내용을 소화한, 뛰어난 저작물이라고 생각합니다. ![]() ![]() 이어지는 2권에서는 김태권씨가 더욱 더 급박하고 진지하게, 마치 큰 스펙터클의 전쟁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십자군 전쟁의 가장 끔찍한 시기를 묘사합니다. 지면이 모자라 '부록 이야기'들을 다음 권으로 미뤄야 할 정도로 말이죠. ![]() ![]() ![]() ![]() ![]() ![]() 책의 사진들을 큼지막하게 실어 놓은 이유는, 당연히 이 소개의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이 책의 속을 거들떠 보시고, 이 책의 수준을 넘는 지식이나 관점을 갖고 계시지 않다면 꼭 사서 읽어 보시라는 뜻에서입니다. 어떤 분이 이 책의 모양을 단 2초 동안 훌훌 넘겨 보시더니 저를 흘긋 쳐다보면서 '아니 서른이 넘어서 웬 만화를 읽어?' 합디다. 그 분에게는 이 책을 권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잘 몰랐습니다. '이 책은 실로 위대해요'라는 제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몰라서 말이죠. 앞으로 3권, 4권, 5권이 계속 나온다고 하고, 그리고도 더 이어질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 우리 작가가 우리 말과 우리 감각, 우리 그림으로 세계사의 큰 한 부분을 통찰하고 그 뛰어난 시선을 이토록 재미있고 알기 쉽게 다른 이들과 나누고 있는데, 그것이 이 두 권의 책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꽤 오랫동안 계속된다니 말이예요. 별점이 다섯 개가 만점이면 다섯 개를, 열 개가 만점이면 열 개를, 아니 그냥 제가 갖고 있는 별통을 거꾸로 다 털어서, 아니 그냥 제 별통, 통째로 드립니다. 작가에 대한 응원의 마음으로. 오래도록 곱읽을 책입니다. Cozy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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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feo at 05/28 와우~~~넘 늦게 감사.. by 신경호 at 05/23 놓친 35년... 너무 멋있.. by 멋쟁이 성환 at 04/15 정말 감사합니다! 궁금.. by 나그네 at 04/08 세한아 결혼소식도 모르.. by veille at 03/28 헉... 진짜 뒤늦게. 축.. by pop. at 03/26 아 놔 형님 넘 염장아니셈?? .. by acro™ at 02/16 이래저래 축하할 시기를.. by A-Typical at 02/14 헛, 어느 틈에? 뒤늦게.. by 솔모리 at 01/11 가고 싶었으나 몰랐기때.. by acro™ at 12/27 라이프 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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