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정혜> 봤습니다.
끄적끄적 그림 그리고 이것 저것 하면서, 때로는 턱을 괴고 멍하니, 그렇게 봤어요.






영화를 물끄러미 보지 않고는 이 영화의 정서를 이해할 수 없으니까, 줄거리에 대해서는 (제가 다른 영화에 대해 적을 때와 마찬가지로^^) 전혀 이야기해 드리지 않겠습니당.



느낀 건...

감독은... 남자의 섬세함으로 여자를 쳐다보고 있었어요. 전적으로 여자의 시선은 아니었죠(여자의 시선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미묘한 착각이 아닐까 해요.). 누군가에게 갇혀진, 결국엔 스스로가 스스로를 가둔, '여자'라는 이름의 야트막한 울타리 안에서 사는 '여자, 정혜'를 시종일관 핸드헬드샷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이 영화는 주체로서의 여자를 다루고 있지는 않아요. 그 단계 이전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개인적 시각 범위를 벗어나고 있지 않아요. 하지만 이런 사적인 서술 속에서, "일상 안 저 깊은 밑에 쌓이고 흐르는 아픈 경험들, 그 경험들의 미묘한 얽힘"이라는 일반적인 이야기도 하고 있어요.

비슷한 영화를 꼽으라면 <파이란>을 들 수 있겠습니다. 대사가 적지만, 관객이 스스로 그 안의 대사들을 만들어 넣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예요. 조용하면서도 능동적인 관객이 필요한 영화.

주연 김지수의 캐스팅이나 그녀의 연기 모두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김지수씨는 드라마에서는 아주 예쁘면서도 아쉽게도 얼굴이 밋밋해서 그 표정이 극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데, 그런 특성이 이 영화에서는 딱 맞아요. 얼핏 멍한 표정 안에 감추어져서 일렁이는 것들을 훌륭하게 표현했습니다. 표정이 적은 표정 연기라 할까요.

반면에 그녀의 타고난 미모 때문에 영화 속의 일상에서 그는 적당히 분리되어 도드라져 있는데, 이것이 꼭 결점이라기보다는 '이렇게나마 안 했으면 영화에 대한 집중이 중반부에 흐트러질 뻔 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관객은 인물 하나를 아주 오래도록 가까이서 쳐다보고 있어야 하니까요. 뭐 꼭 이런 생각이 영화 연출에 반드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옥의 티 하나: 김지수씨의 맑은 눈동자 안에 카메라가 사알짝 보여서 아이캐치가 약간 이상하게 보이는 순간이 있습지요 ^_^



<봄날은 간다>, <파이란>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추천
CozyrooM.
by CozyrooM | 2006/06/17 20:02 | 3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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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Typical at 2006/06/17 20:19
사진 찍는 사람은 관심사가... ^^ 월드컵 중계 보면서도 dynamic range가 좋다, 암부 계조가 산다, 뭐 이런 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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