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에 대한 경계의 시선 - 말하기의 방법
나무젓가락은 위험한가? part 1

나무젓가락이 위험하다고 했다. MBC에서는 몰래카메라를 동원해서 나무젓가락을 만드는 데 쓰는 화공약품들을 비췄다. 좀 이상하지만 '친숙한 이름'들이 등장했다. 내게 친숙한 화학약품이라면 십중팔구 꽤 유명한 것이고, 대부분 '대책'이라는 것이 있는 놈들이다.

아니나다를까, 중화시키거나 세척할 수 있는 녀석들이었다. 하지만 별로 잘 헹구지 않았다고 하잖아. 그래서 해로운 건 분명하겠지. 아무렴, 쇠젓가락보다 분명히 안 좋을 거야.

그래, 그렇게 안 좋다는 건 알겠지만 MBC는 선정성 때문에(선정성이 문제가 되어서가 아니라 선정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몇 가지 부분에서 적당히 넘어갔고, '독극물이예요'를 크게 외치고, 양심 때문에 슬쩍 '헹궈서 쓰세요'라고 덧붙였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잘 헹군 나무젓가락은 문제가 없는 것"이었다는 거다.

좋다. 그럼 나무젓가락을 받으면 종이컵에 물을 받아서 적당히 헹구든지, 아니면 산성을 띄는 음식을 집어 먹으면 되는 거잖아. 식초를 살짝 뿌려도 되겠네.

나는 환경 보호에 (보통 수준의)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내 방을 안 치우니까 지저분해서 살기 힘들었고, 그래서 환경 보호를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른바 '쓰레기 만두소 사태' 이후, '어떤 어떤 건 정말 나쁜 놈들이예요!' 라고 말하는 주장에는 조심하기로 했다. '정말 나쁜' 건지, 아니면 '정말 나쁜 것처럼 보이는' 건지 내막을 잘 알기로.

즉, 알고 보니 '나무젓가락의 세척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으면 되었을 일이다. 또는 '나무젓가락, 먹기 전에 씻자' 했어도 되었을 일이다. 그런데 '나무젓가락이 위험하다!'고 말한다. 뭐 별 다른 게 있느냐고? 그렇게 묻는다면 당신은 좀 둔하거나 당신의 잠재의식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다. 앞의 말은 나무젓가락을 잘 쓰자고 하고 있고, 뒤의 말을 나무젓가락을 쓰지 말자고 하고 있는 것이다. 앞의 말은 '안내'를 하고 있고 뒤의 말은 '협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열심히 정성 들여 취재한 사람들에게 별 소릴 다 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떤 데이터를 근거로 어떤 주장을 할 때는 그 결과가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더라도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이 흥미로울 수 있는 주제를 제공한 MBC가 고마우면서도 섭섭하다.

<에코 스캠Eco Scam>이라는 책을 어느 분이 내게 권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책을 읽지 않았다. 이제는 읽을 때가 온 것 같다. '환경운동을 까'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 보다 냉철해지고 보다 중립적이기 위해서다. 내 아이들에게 먹일 먹거리, 내 집에 들여 놓을 물건의 선택을 위해서 보다 정확한 저울을 사용하기 위해서다. 청산가리를 먹어도 죽고 황산구리를 먹어도 죽는다는 이야기에 '각각 몇 밀리그램씩인데?'라고 질문할 수 있을 수준의 교양을 위해서다.

CozyrooM.
by CozyrooM | 2006/10/05 16:31 | 3 끄적끄적 | 트랙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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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TheLibraryOf.. at 2006/10/05 20:45

제목 : DontPanic...
얼치기 환경단체 등에서 뭔가 대단한 일양 언론에서 떠뜨리는 것들 중 제대로된 것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의외로 이런 것에 사람들이 잘 넘어가서 공포감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more

Commented by orfeo at 2006/10/09 11:20
조금 다른 생각 하나는, 일반인이 나무젓가락을 쓰는 행위가 "informed decision"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나무젓가락 포장지 어디에도 나무젓가락이 100% 천연나무로 구성되어 있다고 표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지. 따라서 보도를 접하기 전까지 나무젓가락의 위해성에 대해 아무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그로 인해 입게 되는 건강상의 위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다는 것이야. 그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아무도 물에 헹궈서 쓰지 않을 것이고, 사실을 알게 되면 물에 헹궈가면서까지 써야해?라고 반문하게 되지 않을까.

황구라(sorry) 사건 이후로 MBC가 이런 류의 고발 프로그램에서 심하게 오버하는 경향이 보여서 불편하기는 한데, 아무튼 젓가락 문제는 조금 그러네? ^^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에는 공감해. 바나나 농약 이야기도 그랬고, ... 덧붙여, 애들 건강을 위해 놀이터의 모래를 걷어내고 플라스틱 바닥을 까는 오버는 오히려 삶에 독이 된다고 생각하는 쪽이니까.

오랜만의 업데이트라 반갑네그려. ㅋㅋ

(아침이라 횡설수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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