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 <야연> 짧은 감상.
상영되고 있는 영화의 감상문은 언제나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짧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그렇다고 네가 블로그에 옛 영화의 감상문이나 제대로 적느냐 이 말이다... 코지름.)



<야연> - 그림을 만드느라 영화를 놓쳤다

피로 예술을 합니다. 감독은 지극한 탐미주의로 신화같은 옛 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립니다. 차마 눈을 뜨고 계속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한 장면도 아름다워서,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앙다문 입술 사이로 거북함이 비져나오는 그 순간에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음악과 사운드의 창작에도 신경을 제법 썼습니다.

그러나 지독한 '그림'에의 추구 때문에 영화가 갖는 본질인 '이야기하기'의 힘이 약합니다. 그저 관객은 화면의 아름다움에만 내내 매달려 있어야 합니다. 이야기를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살인무기로 안무를 하는 그 화려한 화면 속에서도 깜박 잠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 졸음의 원천은 또한 시종일관 지나치게 강조하는 의도된 긴장감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상황이 관객을 긴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해! 라고 억압하는 긴장이어서 피로합니다.

장쯔이는 아름다우나, 아름다운데도 아름다우려고 하는 바람에 한 표 놓쳤습니다. 어쨌든 그림만큼은 지독하게 그렸고, 그 지독함 때문에 정은 안 갑니다. 인위적 영상미에 극도로 몰입하면 어떤 장면이 나오는지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는 필감. 코지름에게는 10점 만점에 6.5점. (보통이면 5점, 극장에 간 게 후회되면 1점, 박수칠 뻔 했으면 10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 지독한 속물들 안의 순수와 모범

속사포같은 편집과 이야기솜씨. 뉴욕 최고의 패션잡지사의 이야기답게, 연출은 그야말로 "쉬크(chic)"합니다. 살인적으로 프로페셔널한 세상에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 영화는 아주 간명하고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불필요한 것들은 싹싹 지우고 없어선 안 될 것들에만 쏙쏙 집중합니다.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오줌을 지릴 정도로 압도적이고, 앤 해서웨이는 그야말로 신출내기답게 굽니다. (아, 물론 아주 귀여워 죽겠습니다. 그리고 "사이즈 6(육육)"도 키가 크면 우아하기 그지없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철저하게 TV드라마적이니까 영화관에서 꼭 볼 필요까지 있나 싶겠지만, 편집과 이야기와 등장인물의 연기에 몰입하는 맛이 아주 뛰어나서 극장 관람을 추천합니다. 사실, 제가 일하는 부서 분위기하고 좀 비슷해서 시종일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봤습니다. 물론 맨 마지막의 해피엔딩은 너무 모범적이어서 너무 미국식이었습니다.

어쨌든 지독한 속물들이 만들어내는 패션이라는 게 진정 뭔지, 그리고 그 지독한 속물들이 안에 품고 있는 열정과 순수가 뭔지 알게 해 주는 영화, 정신없이 거칠게 몰아붙이는 상사를 유머 있게 돌아볼 수 있게 해 주는 영화. 저는 이 영화를 연말 부서 행사의 일환으로 단체관람하자고 권하고 있습니다. 10점 만점에 8.7점.


그냥, 그랬다는 이야기.
CozyrooM.
by CozyrooM | 2006/10/31 21:54 | 3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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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냐냐냐옹 at 2006/10/31 22:41
저는 악마프라다..를 보면서 연기력은 커녕 패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답니다. 원하지 않았던 곳에서 일하게 되면서 좌충우돌.. 좀만 더 버티자.. 뭐.. 이런거.. 어찌나 공감이 되는지 말입니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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