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 어휘 부족, 시뮬라크... 뭐? 하여튼 그거.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포털에 올라온 (물론 어떤 담당자 개인의 실수(혹은 무지)이겠지만 전혀 검토 없이 올라온) 앨범 설명.




'내놓으라는 작곡가'. 뭘 내놓길 원하는 건데?

CozyrooM 특유의 길게 늘여뽑기 식 과장이라는 말을 들을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나는 어쨌든 이 '내놓으라는'에서 이 짤막한 소개글을 쓴 사람의 머리 속을 약간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다.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무신경함.

조금 돌려 말하자면 정성을 안 들이는 거다. 읽기에도, 쓰기에도, 말하기에도. 아마도 이 사람은 과거에 어디선가 '내로라하는'이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고(뭐, 이 단계는 생략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이것을 '내노라하는'이라는 표현으로 대충 쓰는 또 다른 '무신경한' 사람들을 제법 많이 만났을 것이고,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내놓으라 하는'이라고 알아들었을 것이고, 결국 이것을 스스로 '내놓으라는'으로 줄여서 써 버렸을 것이다. 대체 그게 무슨 뜻인지 한 번 생각도 해 보지 않고.

좋다. 뭐, 우리가 스스로 하는 말 안에 들어 있는 낱말을 하나 하나 되새겨 보는 일이 얼마나 되겠나. 하지만 적어도 공개적인 글을 쓸 때는 그런 일을 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 하는 게 CozyrooM의 조심스럽지만 간곡한 요청이다.


에이씨, 그래도 한 번 더 비웃고 넘어가자.

시작:     나이오라 하다* (이 분야에서 알아 주는 사람이 나요, 라고 하다)
        → 내오라 하다 (줄여쓰기)
        → 내로라하다 (연음화)
        → 내노라하다 (발음의 격화)
        → 내놓(으)라하다 (개떡같이 알아듣기)
        → 내놓으라 하다 (개떡같이 알아들은 걸 가지런하게 정리해서 쓰기)

... 이거 정말 재미있지 않나?

(*사실 CozyrooM 개인적으로는 저 (국어사전에서 밝히고 있는) '시작' 부분을 '나이노라, 하다'로 생각하고 있다.)




'어의없다'와 '이것이 저것보다 낳아요' 하는 두 가지 표현은, 이제 잘못을 일일이 짚어 주는 사람이 도리어

"언어란 당시의 사람들이 많이 쓰는 대로 변하는 거잖아요. 이런 것까지 일일이 트집을 잡나요? 수구꼴통!"

하는 반격을 받을 지경을 넘어서, 어쩌면 '어의없다'와 '낳아요'가 일종의 '언더그라운드 표준어'가 되어서 '어이없다'와 '나아요'를 쓸 자리에 일부러(그러나 거의 자동적으로) '어의없다'와 '낳아요'를 쓰는 것이 불문율이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낳게 하고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어의없다'와 '낳아요'가 잘못된 인용으로서(이 대목에서 전문용어에 익숙한 사람은 '시뮬라크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말을 좀 복잡하게 풀어 이해하셔도 좋다)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를 잡게 되고, 이제는 그것을 따라하는 제 2단계의 따라하기가 시작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세모 안에 물감을 바르고 바르고 하다 보니 어느 새 실수가 쌓여 둥그렇게 되어서, 이후로는 그 둥그런 모양에 맞춰 물감을 바르고 있는 모습과도 비슷하다. 그 밑그림이 세모인지 아닌지 생각도 안 하고 말이다.


좋다. 뭐, 우리가 스스로 하는 말 안에 들어 있는 낱말을 하나 하나 되새겨 보는 일이 얼마나 되겠나.

하지만,

가끔은 되새겨 보자. 응? 적어도 우리 말이 사용자 대중에 의해 변하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변할 때 약간이나마 '의식'을 담고 있는 쪽이 좋지 않겠어? 이렇게 개념이고 뭐고 하나 없고 속은 텅 비었는데 그냥 겉으로 이것저것 되는 대로 쳐발라서, 계속 속을 안 들여다 보고 쳐발라서, 그렇게 쳐바른 껍데기가 너무 커지고 단단해져서,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어느 순간까지 가 버리는 것보다는 좋지 않겠어? 그렇지 않겠어? 응? 내 말... 듣고 있어?



나름의 바른 표기 운동 벌써 몇 년째.
CozyrooM.
by CozyrooM | 2007/03/03 09:56 | 3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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