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례)
맛집의 정의가 '약간의 노력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지역적 범위 내에서 동일 범위 내 동종 업체 대비 즐거운 미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라면, 새로 터잡아 그다지 전통 또는 내력 또는 권위랄 것을 찾아볼 수 없는 동탄에도 맛집은 분명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체인점"인 <대왕만두>인데요, 위치는 솔빛마을 신도브래뉴 아파트 입구입니다. 맞은편에는 쌍용 예가(藝家) 아파트가 있지요. (아파트의 이름들에서 제가 느끼는 감정을 여기에 적지는 않겠습니다. 궁금하면 답장을 쓰세요.)
이 곳에서 제일 먼저 다가오는 시각적 충격은 주인장과 여주인장의 외모입니다. 주인장은 원빈만큼 매끈하고 원빈보다 더 다부집니다. 여주인장은 약간 살이 오르고 피부가 거칠어진 심은하같이 생겼습니다. (여기서 제 아내는 약간 의견을 달리 해서 '심은하처럼 삐죽삐죽하게 생기지 않았다, 더 낫다'고 했습니다. 또한, 그 눈빛은 타고난 매력으로 본의아니게 남자 여럿을 울렸을 것이고 본인도 불편했을 것이라 평했습니다.)
두 번째의 충격은 만두와 몇몇 다른 음식들의 맛입니다. 조미료를 아주 적게(완전히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는 듯합니다) 써서 뒷맛이 개운하고, 만두를 특별히 예로 들자면 만두피가 무척 얇고 부피는 한 입을 딱 채울 정도이며 만두소가 적당히 거칠게 썰어져서 씹는 맛이 상당히 좋습니다. 만두피가 왜 얇은 것이 좋은지는 다들 아시겠지만 사실 찐만두의 부피도 중요한 것이, 입 안에 쏙 넣었을 때 만두와 공기가 적절한 분량으로 섞여야 풍미가 제대로 우러나기 때문입니다. 꽉 차면 맛을 알 수 없고, 텅 비면 허전하겠지요. 또, 만두소를 너무 잘게 갈아 버리면 보통은 그 재료의 신선함이라든지 관리에 자신이 없다는 증명이기도 합니다. 씹는 맛도 당연히 없지요.
최근에 순대를 취급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이 두 주인이 직접 순대와 간을 골라서 사 온다 합니다. 혹시 아셨나요? 순대에 여섯 가지 등급이 있다는 것. 물론 이 집은 최고 등급을 사 오고 있습니다. 맛은 아주 깔끔하고, 간은 어렸을 때 마장동(이었는지 그 옆동네였는지)에서 먹었던 '그래뉼(granule)이 살아있고 퍽퍽하지 않은' 바로 그 맛을 갖고 있었습니다. 저녁 10시까지는 우동을 취급하는데, 진한 맛이라기보다는 담백하고 국물을 천천히 즐길 수 있는 수준으로, 만두와 우동이 만들어낸 경지에는 이르지 못하고 따라서 추천하지는 않습니다만, 일단 조미료 범벅의 일반 우동이 지겨우신 분들께는 시식을 권합니다. (일본 정통우동 뭐 이런 건 아닙니다.)
세 번째 충격은 이 두 주인장의 몸에 밴 친절함과 청결함입니다. 잘 생긴 족속들에게서 으레 기대되는 오만방자함이라든가 거짓 친절이 이들에게는 없습니다. 최대한 양보해서 말한다 하더라도, 이들이 만들어내는 친절함의 수준은 웬만큼 민감한 자들이 인위적인 것이라고 판정할 수 없을 정도로 순박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냥 편히 말하자면 아, 참 좋은 사람들이구나 할 정도로 친절합니다.
예를 들어 찜통 속에서 보글보글하고 있는 만두를 보면서 지나치게 군침을 흘린 저희 내외에게 '저희 만두를 늘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서 고마와서 드린다'며 김밥을 한 줄 같이 싸서 준다든가, 순대를 주문할 때 '간 없이요~'하고 말을 했습니다만 '안 드신다고는 하셨지만... 오늘 특별히 간이 맛있게 되어서 맛보시라고 그냥 잘라왔다'며 굳이 내어놓는다든가 하는 것들, 무슨 말에든 네, 네, 아 예,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하는 말이 웃음과 함께 한다는가 하는 것들, 시선과 몸가짐과 돈 받는 방법이라든가, 음식의 포장이라든가 하는... 모든 행동에 있어 가게 주인의 입장이 아닌 손님의 입장에서 배려하는 것이 참으로 바르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런 행동들이 그들의 우월한 외모 때문에 2% 더 황공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즉, 이 집은 순대를 팔되 보석을 파는 것보다 더 잘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손님은 밤에도 끊이질 않아서, 이 집의 문 닫는 시간은 점점 더 늦어지고, 만두 찌는 틀이 쌓인 높이도 점점 높아 가고 있습니다. 두 주인장의 태도만큼은 아직 변하지 않고 있군요. 당연히 저희 부부는 이 집의 단골이 되어 있습니다. '뵐 때마다 두 분 모습이 너무 좋아 보이셔요...' (→ 당연하죠, 만두라면 둘다 환장을 하는데 좋아 보이지 않겠습니까?)
의문:
1) 대체 이 잘 생긴 양반들은 왜 여기서 만두를 팔고 있을까요? 모델활동보다 마진이 센가?
2) '대왕만두'라는 체인은 다른 곳에서도 이렇게 맛이 좋을까요? 듣자 하니 소는 직접 만들고 만두피만 받아서 쓴다던데 말이죠.
(배례)
* 그래서 사 주겠다는 거냐, 뭐 어쩌라는 거냐 식의 반응을 예상하고는 있습니다만 대응은
자제하고 상황을 주시하겠습니다 -_-;
만두를 팔되 보석보다 더 귀하게 팔라
Cozyro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