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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라는 것이 있다 한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여러 사람의 아주 복잡한 갈등 관계가 최고조로 치달아서 도저히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 때, 하늘에서 신이 내려와서 '야, 너는 저리로 가. 저는 이리로 가고. 쟤는 저리로 가라고 해. 그럼 되지? 완전 해결이지?' 라고 싹 정리를 해 주는데, 그게 바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다.
돈과 얽힌 정치 문제는,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애초에 상정했던 최악의 상황보다도 늘 몇 단계 더 나가 버리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저 좀 받아 먹고 걸려도 한두 사람이 적당히 작은 벌을 받겠지 하지만, 온갖 정치적인 의도들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이 발가벗겨지고 채찍을 맞으며 우스갯거리가 되고 복수심을 키우게 된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다시 저쪽에서 이쪽으로 옮겨지며 얽히고 섥힌다. 이럴 때 제일 편한(?) 해결책이 누군가의 죽음이다. 그것도 문제의 핵심에 있는 사람의 죽음이다. 이 사람이 죽으면 그 문제를 둘러싸고 있는 정치적 의도가 힘을 잃게 된다. 그리고 그 정치적 의도가 새로운 구심점을 찾을 때까지 표류하는 당분간, 많은 죄인들 (문제 자체를 일으킨 죄인들과, 그 죄인들을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죄를 짓는 죄인들)은 손으로 움킨 물처럼 졸졸 새어나가 사라지고 만다. (여기까지 썼는데, 아내가 '지금은 어떤 사람이 자살을 해서 죽은 바로 당일이 아니냐, 뭔가 분석하고 따지는 이야기는 좀 있다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뭔가 따지고 싶은 게 아니라 내 나름으로의 조의를 표하고 있는 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렇게 하면서 많은 논쟁들이 그와 함께 땅에 묻혔다. 지독히도 슬픈 우리 정치사 위에 또 하나의 깊은 슬픔이 안개처럼 덮이고 있다. 똑똑한 사람들이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이 곳에, 바보처럼 고집을 피우던 한 사람이, 이런 저런 지독한 갈등에 손발이 얽혀 꼼짝도 못 하게 되자, 우울함 속에 한참을 보내다 결국 가장 간단한 해결책에 몸을 기대고 말았다. (끔찍히 고통스러울지언정 간단하다.) 그는 특별히 무엇에 항거하여 죽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다만 많은 문제를 그 스스로의 품에 안고 (아마도 지독한 인간적 슬픔 속에서) 죽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동안의 그의 빛나던 삶에 비해, 최근에 회자되던 비리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너무도 치욕스러워서 죽음을 생각해도 그렇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특히나 대통령 이전의 그는 빛났다. 어떻게 한 사람의 그 빛나던 인생이, 단 오륙 년만에 그토록 살 맛 안 나는 것으로 변할 수 있을까. 그것도 겨우 몇십 억원의 돈 때문에. 결국 그는 죽음을 택했다. 순수가 현실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현실을 죽음으로 외면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줘 버렸다. 그리고 현실의 극히 일부나마 바꿀 수 있다는 것도. 나는 그가 이것보다 더 강하기를 원했다. 기왕에 욱하는 성격이라 이렇게 저렇게 치고받을 거라면, 까짓거 상대가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기를, 기왕에 굴욕 속에 사는 민간인으로 떨어졌다면, 까짓거 예전에 명패 집어던지던 패기로 더 맹렬히 비판과 제안을 하기를 바랬다. 천수를 다할 때까지 후배들에게 진보란 무엇인지, 왜 고통을 겪으면서도 계속 도전하고 항거하고 질문해야 하는지 가르치기를 바랬다. 그래, 정히 목숨을 버려야 하는 때가 온다면 정말 큰 싸움을 위해 버리기를 바랬다. 이렇게 간단히 가 버릴 거라면, 뭔가 큼직한 고민거리라도 하나 가져가 버리지... 그저 겨우 잠시 싸움이 멎기만 하는, 이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죽음이 그의 것이라는 지금이, 나는 싫다. 그의 영혼을 다시 불러내고 싶다. 지금 죽을 때가 아니니, 치를 죗값이 있으면 치르고 나와서 응당 할 일을 하라고. 이렇게 맥을 빼는 날이다. 웃을 일 있으면 다 챙겨서 웃으면서. Cozy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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