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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우리 시대 가장 불행[혹은 불쌍]한 대통령의 영결식 날. 나로서는 휴가와 교육이 끝나 오랜만에 현업에 복귀한 날. 아내에게는 회사 내에서의 인플루엔자 발생 덕(?)에 얻은 드물디 드문 휴가 날.
저녁, 길에는 차가 많았다.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의 나들목은 온통 승용차와 버스로 꼭꼭 막혀 있었다. 보아하니 나들이 여행객들이었다. 평소의 금요일 고속도로와 다를 것이 없었다. 대학로 길거리에는 평소처럼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순간 잠시 가슴 속이 움찔 했다. 내가 TV를 통해 보는 세상과, 내가 인터넷을 보는 세상과, 내가 조선일보를 통해 보는 세상과, 내가 내 눈으로 보는 세상과, 저 쪽에 있는 저 사람이 저 눈으로 보는 세상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또 잠깐 잊었구나. 그리고 그 순간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 속의 글귀가 떠올랐다. "국민이 언제나 현명한 또는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은 책 안에서 국민의 현명한 또는 최선의 판단을 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을 경우, 국민은 나중에 후회할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내게는 또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시각과 목적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우선순위를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최선의 선택은 달라진다." 즉, 이 나라의 뛰어난 정치인 중 한 사람이 죽거나 이 나라의 못된 정치인 중 한 사람이 잘 살고 있거나 간에, 내가 지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나의 최선의 선택은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타인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영화의 제목을 연상하라)' 비난을 가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현재의 정치적 상황과 경제적 상황, 그리고 개인적 상황에 대한 각각의 판단은 그 각각이 어떤 교육과 성찰 속에서 성장했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물론 이른바 공인(公人)으로서의 판단은 비교적 분명하게 정해져 있는 편이고, 또 중요한 판단의 방법들은 법률로도 정해져 있다.) 전국의 수백만 조문객들은 통한의 심정으로, 또는 자책의 심정으로, 또는 하여간 슬퍼서, 또는 사실은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거나 표출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판단으로 고인의 영정 앞에 있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 시간에 애초부터 예정되어 있거나 혹은 개인적, 사회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급조되었을 유흥을 즐기던 사람은 나름의 시각 혹은 우선순위에 의해 최선의 판단을 내렸을 것으로 알아두어야 한다. 각각의 행동은 절대로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 아니다. 누군가 이 대목에서 답답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왜 우리는 이렇게 중요한 때 제각각인가, 나라 꼴이 이 모양인데 왜 저런 (추모를 한답시고 월드컵 때나 똑같이 집단최면에 걸려 바글바글 끓는 / 국가의 희망이었던 사람이 돌아가셨는데 주말이랍시고 놀러가는) 모습인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민주주의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경험하는 당연한,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이래야만 하는' 현상이다. 만약 모든 국민이 한 방향 또는 달랑 두세 방향으로만 움직인다면 그것은 전체주의, 권위주의 혹은 명확한 내분의 모습이다 (그리고 극좌 혹은 극우 세력들이 의도하는 모습이다). 답답한 분을 위한 단합의 시간은, 당연하게도 법률로 지정되어 있다. 선거/투표의 시간이다. 그 날은 생업이나 유흥에 휘말리지 말고 잠시동안 반드시 올바른 정치적 판단을 위해 정신을 집중해 달라고 공휴일로까지 만들어 놨다. 만약 당신이 오늘을 슬퍼한다면 절대로 오늘을 기억해 뒀다가 당신의 투표권을 통해 명확하게 의사표현을 하라. 만약 당신이 오늘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면 그 역시 투표를 통해 정치적으로 물질화하라. 오늘이 투표일이 아니라면 그저 하루하루 잘 기억하며 보내라. 어떤 행동을 하든 기억만 잘 해 두는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역사의 비극은 당신이나 내가 잘 버리지 못하는 '기억하지 않는 버릇'으로부터 왔지, 당신이 보기에 흥분하면 좋을 것 같은 날 타인들이 흥분하지 않았다거나 차분해야 할 것 같은데 타인들이 차분하지 않았다고 해서 해서 오지 않았다. 정말로 중요한 날은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날이 아니라, 이 나라의 법률에 의해 당신이 다음 번 투표하는 그 날이다. Cozy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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