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촛불을 따로 보관하기로 했다.

내게 있어 블로그에 붙어 있던 촛불은 일종의 '비망(非忘)의 증거'였다. 나는 역사 속에서 (그리고 내 시야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잊지 않거나 설령 잊더라도 최대한 잊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선언, 그리고 지금의 모든 현실은 내가 (혹은 당신이) 내린 어리석거나 혹은 현명한 선택들에 의해 주어진 것이라는 선언이었다.

즉, 특별히 반(反) 이명박, 반 한나라당, 반 싸가지없는 졸부들, 반 뭐뭐라든가 하는 의미라기보다는 (물론 아예 포함되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지만 -_-) 나름 보수 선언(여기서의 제대로 된 보수의 느낌이 뭔지는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의 글을 읽고 짐작하소서)의 스티커라는 말이다.

이 나라는 분명히 아직도 (평균적인 의미에서는) 천민자본주의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신흥 개발도상국이고, 따라서 우리가 자본주의의 영향을 받기 전까지 비교적 잘 간수해 오던 보수적 가치 - 지조, 청렴, 혜민(惠民), 상부상조 - 는 난데 없는 '돈이면 다 돼' 주의에 밀려 시름시름하고 있는 상태다. (100% 절멸한 것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제대로 된 보수적 가치를 지키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상당수가 억울(?)하게 난데없는 '좌파', 또는 좌파적 성향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산다. 좀 새로운 개념인 '평등' 하나 때문이지, 아마?

그래서, 지금의 왜곡된, 어두운 세상을 바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보수적 시각으로) 보려는 노력만큼은 계속 하겠다는 생각으로 블로그에 촛불을 하나 꽂아 놓은 것이다. 그것을 이제 거두어서 서랍 속에 넣는다. 이유는 거의 하나다. 얼굴 팔려서다. 말로는 이러니 저러니 많아도, 과연 나는 내 형편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는가? 지금의 내 모습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모습인가? 이런 질문에 나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 나는 이른바 '행동하는 지성'이 아니다.

다만 마음만 미지근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마음만. 그냥 생각 없는 소시민의 모습으로.

그래서, 스스로 부끄러워서  블로그의 최전방에 더 이상 촛불을 놓을 수가 없다. 그냥 이 글을 서랍 삼아 보관할 뿐이다.



물러나고, 물러나고, 물러나고... 이게 최소한이라는 생각이 든다.
CozyrooM.
by CozyrooM | 2009/07/20 16:11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cozyroom.egloos.com/tb/501719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