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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실 분들은 대강 아시는 그 놈의 '베스트셀러 기피증' 때문에,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이제야 보기 시작했습니다. 박스 세트를 사 놓은 지는 좀 됐습니다만... 명불허전이라, 정말 잘 만들었더군요. 냉정하지만 한편으로 감성을 잃지 않는 시선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쟁을 작은 관점, 중간 관점, 큰 관점에서 각각 볼 수 있게 해 줄 거라는 예감도 듭니다. '다 좋다가 맨 마지막 회가 미국 중심의 시선으로 너무 편향되어 있어서 김이 샌다'는 주변의 말이 자꾸 생각나서 좀 그렇습니다만, 그거야 좋게 보면 외부의 압력이란 게 있을 수도 있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열심히 영화나 드라마에 감정이입/몰입을 하면서 보는 편이라, 첫 번째 디스크의 두 편을 보면서 '나라면 과연 저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꽤 많이 하게 됐습니다. (... 잘 만든 드라마가 맞다니깐.) 정말로 전쟁이 나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만큼이나, 지금의 저의 생활에 있어서도 말이죠. 제 1편: 커래히(Curahee -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인 이지중대의 훈련장 이름입니다) ![]() 1편에서는 부대 전체를 달달 볶아서 겉보기의 성적은 우수하게 만들지만, 정작 실전에서는 제대로 끌고 나가지 못 하는 한 지휘관을 보게 됩니다(그 사람이 시트콤 <프렌즈>의 '로스'로 나오는 데이빗 쉬머라서, 처음엔 적응하는데 좀 힘들었습니다. 처음 잠깐 동안엔 자꾸 웃음이 나오잖아요). 그 지휘관은 결국 하극상과 함께 불명예스러운 전출을 당하게 됩니다. ![]() 그런 지휘관을 둔 '불안할 수밖에 없는' 부하들의 시선이 제일 먼저 다가왔고(대체 저런 놈을 내 위에 두었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규범대로 절대복종해야 하는 걸까, 지휘관과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해서 내가 지휘관을 끌고 나가야 하는 걸까, 아니면 드라마에서처럼 단체의 생존을 위해 하극상을 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지휘관의 무능이 너무 늦기 전에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해야 하는 걸까), ![]() 그 다음에는 그렇게 정작 현장에서 무능해지는 지휘관 자신의 입장이 되어 봤고(선천적인 문제라면 어떻게 해야 하고, 노력 부족의 결과가 결국엔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며, 노력을 해서 어떻게 극복이 되는 거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갈수록 급박해지는 상황에서 본인의 입장의 표명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평소에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게 될 때 주변의 시선과 기대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자신의 휘하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어 간다고 느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 또 그 다음에는 그런 지휘관을 위하에 둔 상급 지휘관과 현장에 더 가까운 하급 지휘관의 입장에서 생각했습니다(저런 류의 중간 관리자와 그 주변의 분위기를 어떻게 꿰뚫어 볼 수 있을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의 처리 순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적인 친분과 집단 전체의 생존은 과연 분리될 수 있는 것인가 아닌가). 세 가지의 입장 모두 그 결론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이런 입장에서의 고민과 갈등은 제가 사회 생활을 하면서도 자주 겪는 것이었습니다. 제 삶의 선택에 있어 이런 류의 상황은 앞으로 훨씬 더 많아질 겁니다. 누구 하나를 절대악으로 규정할 수 없는, '어느 한 쪽만을 취하기에 어렵도록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는' 힘든 상황들. 어떻게 보면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상황들. ![]() 그런 하나 하나에서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혜는, 그리 쉽게 발견되는 것도 아니고 책 한두 권으로 쉽게 정리되는 것도 아닐 겁니다. 그저 최소한의 지킬 것을 지키는 상황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단련하고("Three miles up, three miles down!"), 일단은 앞이 보이지 않는 전장의 하늘로 날아 오르는 수송선과 같이 '더 늦기 전에 때를 맞춰 뛰어들어' 경험을 만드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을 겁니다. ![]() 요새 이런 종류의 경험과 훈련의 필요에 대해 (약간 뒤늦게, 그러나 기꺼울 정도로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회사에서의 저, 가족 내에서의 저는 이제 부하이자 중간관리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었는데, 저 스스로 상황에 잘 대처하고 집단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준비가 완벽히 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래서 스스로 생각할 때 주변에 불안감 혹은 불신감을 주기도 하는 것 같고, 점점 무거워지는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생각도 은근히 들고 하지요. 무엇보다도, 스스로 그런 준비를 할 수 있는 많은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게을렀다는 생각이 들어서 괴롭습니다. 하지만 이젠 괴로워할 틈이 없다는 것을 압니다. 커래히에서의 훈련이 어떻게 됐든, 어서 수송선에 탑승해서 수시로 장비를 점검하고 지금 주어진 상황(형제가 저 멀리서 죽었든 누군가 응원의 선물을 보내 줬든)을 받아들이고 조금이라도 더 멀리 날아가 보는 수밖엔 없는 거겠지요. ![]() 자신의 체중과 같을 지경의 소지품을 온 몸에 주렁주렁 달고 앉아 있던 부대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손을 뻗어 일으켜 수송기에 탑승하도록 돕던, '퀘이커'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성실하던 윈터스 중위의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Part 02와 윈터스 중위의 활약을 한 번 봤습니다만, Part 02에 대한 감상은 한번 더 보고 나서 적으렵니다.) ![]() CozyrooM. * Part 01 맨 마지막 자막, 아이젠하워 총사령관의 '십자군' 언급은, 십자군에 대해 알게 된 저로서는 약간 우스울 수밖에 없습니다만 명분을 위해 수많은 희생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전쟁 생리의 일각을 보게 해 주는 데는 적절하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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