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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백과사전>과 <도감>들이었어요. 하루 종일 백과사전을 들여다 보는 맛에 살았던 것 같습니다. 몇 질을 읽었나... 꽤 여러 질을 아주 열심히 읽었던 것 같아요. 하나를 읽고, 거기서 뭔가 궁금한 게 나오면 또 그것을 찾아 읽고, 또 다음의 궁금한 것으로 넘어가고...
그런데, '자동차'를 '빵빵'으로 가르치는 것을 싫어하시고 '포니', '코로나', '브리사'로 가르치는 것을 신념으로 하셨던 부모님 덕분에, 어린이용 책은 별로 읽은 기억이 안 나요. 일본 책을 베껴 만든(그래서 오토바이가 '오오토바이'로 기록되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학생대백과사전'을 네 살 때 한 번, 초등학교 때 다시 한 번 또 다른 버전의 '학생대백과사전'을 선물받은 걸 제외하면. (네 살 때야 제대로 읽었다기보다는 부분 부분 읽고 부모님께서 가르쳐 주신 게 더 많았겠죠 머.) 그래서 위인전도 에디슨, 파브르, 김구 외엔 못 읽었고, 삼국지도 제대로 못 읽고(겨우 1000페이지짜리 축약판으로 -_-;), 유치원도 안 가고... 하여간 어린 시절이 좀 '비틀려' 있었던 것 같아요. 호기심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사이언스>랑 <과학동아>를 구독했..., 재미있는 것은 지금 어려워하는 것보다는 덜하게 그냥 받아들였다는 거예요. 뭔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쿼크니 슈바르츠실트 반경이니 주워섬기질 않나... 물론 양념으로 전래동화도 좀 읽고, 이솝이야기도 좀 읽고, 삼국유사도 읽고 했는데, 가장 후회되는 것은 세계의 명작 문학 작품들을 거의 못 읽었다는 것입니다. 국문학의 근대 명작들은 수업시간을 빌려 조금 읽었지만, <죄와 벌>,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분노의 포도>, <작은 아씨들>, <폭풍의 언덕>, 셰익스피어, 그리스-로마 신화 등등 이렇게 유명한 '고전'들을 그야말로 '한 장짜리 줄거리' 이상의 수준으로 접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얘기가 나오면 내내 '아, 그렇군요' 하고 있지요 :) 그래서 꼬마 CozyrooM은 '오로지 과학만이 세계를 구원할 수 있다. 과학은 가치 중립적이며 그런 고로 가장 유익하다'는 맹신을 가진 바보였죠. 헛똑똑. 세월이 흘러서(특히나 중고등학교 때의 겸손하지 못한 태도를 후회하면서) 다행히도 조금씩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대학 1학년 때 파스칼의 '팡세'를 읽으면서 생각하는 방법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 밑의 글에 답글로 달았듯이 이런저런 색다른 책들을 읽으며 이른바 '세계관'이라는 것을 만들면서 인문적인 쪽에 관심을 기울였고 말이죠. 지금도 헛똑똑은 여전합니다. 늘 지혜를 갈구하지만 아는 건 턱없이 적고 입은 싸서 순간 순간 느끼는 것을 기록하지 않고는 못 배겨 합니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늘 최선을 다해 생각하고 기록하되, 틀렸다고 느끼는 순간 그것을 인정하고 새로 배우고 다시 덧쓰고 고치자' 하는 것입니다. 다행한 것은, 이렇게나마 언제든지 더 나은 주장을 따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이 역시 어릴 때의 과학책들 때문인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 책들에는 신념이나 관념, 가치관이 최소화(zero는 아닐지언정)되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나중에 아이를 갖게 될 때도 일단은 과학책을 먼저 주변에 던져 놓으려고요 ^^ 안 읽으면 말고 ^^; 시간이 흐를수록 '균형 있는 지식이 지혜를 만든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그래서 제 독서의 폭도 자꾸 넓히고 싶은데, 독서는커녕 허송세월을 하는 일이 자주 있는 게 걱정입니다. 그래 놓고 '나이 들면서 점점 어려워지는 거야' 하는 따위의 핑계나 늘어놓고 있으니, 반성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균형, 균형, 균형 Cozy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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