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카메라 A보다 카메라 B가 더 낳은 것 같습니다" 라는 표현을 "카메라 A보다 카메라 B가 더 나은 것 같습니다" 라는 표현보다 더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정확하게 통계를 내 본 건 아니지만 말이다(어쩌면 잘못된 표기가 눈에 더 걸려서 그러는지도 모른다, 실상은 그랬길 바란다).
'낫다'의 얼핏 보이는 겉꼴이 우리말 동사/형용사 중에서 좀 덜 나오는 편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이와 비슷한 겉꼴을 갖는 것으로서 퍼뜩 생각나는 것이 '[휘]젓다', '[빼]앗다', '[헐]벗다' 정도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나마 '[빼]앗다'와 '[헐]벗다'의 경우에는 활용을 할 때 시옷이 빠져나가지도 않으니 '낫다'와 '젓다'와는 확실히 같은 꼴이라고 하기도 부족하다. 하지만 '낳다'와 같이 'ㅎ다'로 끝나는 동사/형용사로서 많이 쓰이는 것도 별로 없지 않은가. 고작 '좋다', '빻다', '닿다' 정도밖에는 금방 기억해내기가 어렵다. (물론 내가 이 글을 쓸 때 기억하려고 급하게 굴어서 안 떠오르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낫다'와 '낳다' 정도는 구분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지만, 실상은 정말 '위험'하다고 느낄 정도로 '낫다'를 '낳다'로 쓰는 사람이 심각하게 많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 나름대로 추리를 해 보면, 1) '좋다'와 '낫다'의 의미가 비슷하다보니 '낫다' 역시 '낳다'가 아닐까 하는 무의식적인 짐작 2) '낳다'를 '낫다'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보게 된 경험 3) '나아' 등의 활용 형태가 왠지 허전해 보여서 뭔가 받침을 생각하다 보니 위 1)의 착각이 들어서 정도가 이유로서 타당해 보인다. 게다가, 몇몇의 '선도자'가 이런 식으로 공적인 인터넷 글쓰기를 해 버리면 이를 읽는 사람들(중 구분을 명확히 하지 못 하던 사람들)은 확실하게 잘못된 표현을 머리에 새기게 되는 것이다. 결국 '낳다'를 쓰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물론 최대의 수는 희미하게 알고 있던 사람들의 수로 제한되겠지만) 늘어나 버리게 된다. 아마도 이것이 내가 '낳다'를 '낫다'보다 더 많이 보(는 것처럼 느끼)는 이유일 것으로 보인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오류에 있어서까지 '한 시대의 가장 많은 사람이 쓰는 것이 표준'이라는 논리를 적용하려 한다. 즉, 사용하는 빈도가 과반수를 넘게 된다면 그 과반수가 쓰는 표현을 표준으로 정해도 무방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매우 실용적인 생각인 것 같기도 하나, 그렇다면 우리 낱말의 뿌리가 자꾸 지워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실용은 근본을 흔들지 않는 범위에서 마음껏 자유로워야 한다. 따라서, '낫다'를 '낫다'로 쓰는 것은 그것을 대충, 나중엔 우격다짐으로 '낳다'로 쓰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이다. 인터넷에서 공공의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은 진정 주의해야 한다. 자신의 언어파괴가 의도적이고 생산적인 것인지, 아니면 무관심과 무지에 의한 바이러스의 양산인지에 대해 말이다. CozyrooM. 낫다 (클릭) 낳다 (클릭)
|
카테고리
이전 블로그
이글루 링크
정숙지대
white table ejnms popinjay jini3636 유레카의 작은 이야기 길치가 만드는 마음의 지도 Paper Street Soap C.. 애자일 이야기 acro's... Woony Tunes 최근 등록된 덧글
표현 죽네요. 저같이 메..
by 호모사피엔스 at 08/02 대박이군요... 영문으.. by 호모사피엔스 at 08/02 나두 plunge를 떠올렸음.. by orfeo at 05/28 와우~~~넘 늦게 감사.. by 신경호 at 05/23 놓친 35년... 너무 멋있.. by 멋쟁이 성환 at 04/15 정말 감사합니다! 궁금.. by 나그네 at 04/08 세한아 결혼소식도 모르.. by veille at 03/28 헉... 진짜 뒤늦게. 축.. by pop. at 03/26 아 놔 형님 넘 염장아니셈?? .. by acro™ at 02/16 이래저래 축하할 시기를.. by A-Typical at 02/14 라이프 로그
포토로그
|